신나야 하는 여행 당일마저 뒤숭숭한 마음으로 송도에서 김포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어디 해외 길게 다녀오는것도 아니라 조촐하게 싼다고 쌌는데

백팩이 무거웠습니다. 낑낑 꾸역꾸역 눌러 넣기도 했구요.

 

공항에서는 체크인 후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건지 분명 탑승구를 9번게이트라고 봤는데

타야 하는 탑승구는 8번 게이트였습니다.

 

한번도 이래본적이 없었는데... 

부랴부랴 뒤늦게 정신차리고 제대로 찾아가긴 했는데

조금 아찔하긴 했습니다.

첫 출발부터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비행기는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난기류가 조금 있었지만 괜찮았어요.

앞쪽에 앉은 애기는 아니었던 모양이지만요...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흡연부스부터 찾았습니다.

1번게이트로 나가서 좌측으로 쭉 가니 저 멀리 흡연부스가 있었습니다.

이후 바이크 렌탈 업체에 픽업을 요청하니 20분만 기다려 달라고 도착해서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20분 뒤에 연락이 와서 죄송하다고 사람이 너무 와서 그냥 택시 타고 오시면 비용 드리겠다고

연락을 받고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갔습니다.

미리 말해줬다면 공항에서 기다릴일도 없었을텐데

시간이 여유있어서 그런지 정신을 못차려서 그런거였는지 기분나쁘거나 그런일은 없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비가 올 것 같다는 기사님의 말씀에 조금 놀랐습니다

일기예보에서도 그런말은 없었거든요...

살짝 불안감이 올라왔어요

 

렌터카 업체에 도착 한 후 3박 4일에 해당하는 예약금(3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 150,000원(총 180,000원)을 이체하고 5,000원(택시비)을 돌려받았습니다.

사장님께 비를 여쭤보니 올 일 없다고 하셨습니다...(과연)

교육을 받는데 짧은 시간 내에도 정말 잘 알려주시긴 했지만

아주 오래전 이후 처음 바이크이기도 했고 걱정도 되는 마음으로

도로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렌트한 곳 주변의 주유소에서 휘발유 15,000원 넣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막 떨리더라구요 

5년만에 처음 혼자 온 여행이기도 했고

혼자 여행을 무서워하진 않았는데 떨려하긴 했어도 다른 느낌의 떨림이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날이 더워서인지 긴장을 해서인지 땀도 질끈 났구요

그렇게 출발해서 10여분 정도 해안도로를 따라 출발했습니다. ( 공항에서 반시계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돌았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국내외 어디 여행을 가더라도 항상 비가 따라왔었는데

정말 이번엔 안오길 바랬는데 정말 쏟아지더라구요

그래도 이 악물고 그냥 달려갔는데

너어어어무 심하게 와버려서 차들도 천천히 가는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폭우에 바람에 이거 큰일 나겠다 싶어서 얼른 오토바이를 세우고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정비해보니

혹시 모른다고 주셨던 우의는 두고왔는지 안보이고

바지가 젖으면서 담배도 다 젖어버리고

휴대폰 스피커에도 물이 들어간거 같더라구요...

 

거기다 아뿔싸,

휴대폰 한 대을 바이크에 꼽고 왔습니다...

원래 쓰던 휴대폰은 방수가 안되는 큰 휴대폰이라 네비 용으로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았고

휴대폰을 2개 유심개통해서 네비용으로 들고 갔는데

습관이란게 무서운건지 하나만 주머니에 있다고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다시 바이크로 비맞으며 달려가서 구출했지만

들려오는건 네비게이션에서 나오는 뽀로로 음성이 지지지직 지지직 거리는 소리뿐이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옷도 휴대폰도 물건들도 싹 다 젖어버려서 

그냥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시간도 오후 4시 가량을 지나고 있었고 숙소도 잡지 않은 상태에서

목표한곳까지 가려면 빠듯할거 같았거든요

 

또 신나게 밟았습니다. 

젖으면서 다 내려놓아서 그런건지 익숙해진건지

신나게 달릴만 하더라구요, 차들도 이미 좀 시야에서 사라졌었구요

그렇게 한 20분 달리니... 너어어어무 진짜 이건 미쳤다 싶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습니다.

 

하는 수 없이 쉴만한 정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한 40분이 지나도록 멎질 않더라구요

비가 갑자기 그쳐서 키를 꼽는 순간

히히 속았지?! 라는 느낌을 주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나한테 정말... 왜그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한참동안 식욕이 없었는데도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그럴만 했죠 전날 저녁부터 5시까지 한끼도 못먹었었거든요...

 

다시 정자로 돌아와서 호다닥 주변 음식점을 찾는데

라면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웨이팅기계도 있을 정도로 나름 유명 맛집인거 같아서

바이크는 세워두고 비를 뚫고 달려갔어요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식당 들어가니까 비가 그쳤습니다... 그 많이 오던 비가...

 

들어가서 문어라면을 주문하고 싶었는데 한정수량이라기에 그냥 해물라면을 주문했습니다.

특이하더라구요

주문하고 자기가 음식을 가져갔다가 다시 돌려줘야 하고 식사시간대는 아니었던거 같은데

사람은 꽤나 있었습니다.

조금 기다리고 받은 라면은 너무 맛있었어요

배도 고프고 마음도 힘들고 비에 젖은 상태에서 먹는 라면은 무슨 라면이라도 맛있었겠지만

정말 최고였습니다... 좀 추잡하게 먹었던거 같아요 생각해보니...

 

이제 식사도 했겠다 목표했던 지역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아무생각 없이 제주도에 와서 바이크 타고 해안도로만 쭈욱 따라간다고 생각한 저에겐

정말 난감했어요

해안도로는 중간중간 끊겨있고 ( 너무 짧다고 느껴질만큼요 )

거의 13년만에 타는 바이크는 그때와 달리 무서웠는데 이미 밤은 다가오고 있었고

목적지까지 7시 전에 도착하려면 밟아야 했거든요

 

비는 더 쏟아졌습니다. 70키로 도로에서는 정말 아파서 아! 소리가 날 정도였어요

헬멧을 고를때 이쁜 헬멧을 고르려다 사장님이 얼굴커버까지 있는 헬멧을 고르라고 하셨던게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 비 안온다고 하신건 안감사했습니다.)

바람에 바이크는 휘청이고 ㅋㅋ 속도도 너무 무섭구 비는 아프고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다행이 차량들이 처량해보인건지 잘 차선 바꿔주고 지나쳐가더라구요

비오는데 이렇게나 밟는데 나보다 훨씬 빠른 차량들은 몇으로 밟고 다니는건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단속카메라 앞에서도 그냥 지나가더라구요

 

한참을 그렇게 달려가는데

갑자기 현타가 왔어요

그냥 최근 힘든일이 계속 떠오르고 팔목, 손이 저리고 심장도 저리더라구요

잠깐 옆에 세워두고 쉬다 달리다 쉬다 달리다

에어비엔비를 호다닥 찾아서 그냥 싸고 사람 없을 것 같은 곳을 찾았습니다.

제주도에서 7시 정도에 위치한 신평리에 있는 숙소였고

독실에 저렴했습니다.

 

위치가 특이하더라구요

찾아가면서도 여기.. 맞아? 하면서 갔는데 맞았습니다.

건물도 너무 이뻤고요 하지만 그걸 떠나서 너무 피곤했습니다.

그래도 맥주는 마시고 싶어서 마트를 찾아갔는데

조금 걸어야 하더라구요 갈땐 비가 그쳤는데

맥주 사고 오니까 또 쏟아지대요... 너무해 정말...

 

혼자 맥주 깨작깨작 마시고 과자 주워먹다가 잠이 들어버렸는데

한 2시간인가 자고 깨서 잠이 계속 안오더라구요

생각도 하다가 글도 써보고 노래도 듣고 하다보니 6시까지 깨어있다가

겨우 잠들었습니다. 보통 누우면 5분이면 잠드는데...

 

이후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서 이틀차를 준비했습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캠플 블랙 코팅 타프 구매 후기~!  (0) 2022.05.27
Jeju Island - 3 - 둘째 날_신평TO남원  (0) 2021.08.13
Jeju Island - 1 - 준비  (0) 2021.08.06

+ Recent posts